카지노 편돌이 경험
카지노 편돌이 경험했던 썰 품
힘들게 일 하고 돌아온 오늘 같은 날은 유독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내 과거가 뭐 대단하거나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경험을 해 본 적은 있다.
술 한 잔 하니 새삼 생각나는 옛날 편돌이 시절 일에 대해 간단히 써 볼까 한다.
평생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바로 도박이다.
도박 하다 인생 망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지?
나는 직접 보았다. 그것도 여러 번.
대단한 건 아니고, 강원랜드 근처에서 편돌이 하면서 도박꾼들을 많이 겪어 보았거든.
강원랜드 코앞은 아니고, 걸어서 한 2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데서 일했다.
걸어서 25분이라지만 차타면 코앞이라서 사실상 우리 편의점도 고객은 거의 도박 중독자들이었다.
카지노 중독자가 아니거나 강원랜드 직원이 아니면 리조트에 스키 타러 오는 사람이 전부인데, 스키 타러 온 사람은 겨울에도 많지 않았다.
강원랜드가 대외적으로는 리조트니 스키장을 중점적으로 선전한다더라고.
하지만 강원랜드 근처에서 일 해 본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카지노 미만 잡이다.
편의점에서 일 하다 보면 그냥 리조트에 놀러 온 사람이랑 도박하는 사람은 척 봐도 달랐다.
물론 도박하는 사람이라고 다 노숙자처럼 입고 다니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도 있었지.
한 번은 옛날 홍콩 영화의 주윤발처럼 정장에 나비넥타이 입은 도박꾼도 본 적 있다.
근데 옷차림과는 별개로 도박 하는 사람은 눈빛이랑 표정만 봐도 티가 난다.
도박 하는 사람 치고 제정신처럼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진짜 세상 다 산 눈을 하던가, 아니면 한 탕 할 생각에 눈빛이 맛이 갔던가.
나처럼 강원랜드 편의점에서 사흘만 일해도 누가 도박꾼인지 100% 감별할 수 있을 거다.
복장과는 상관없이 사람이 망가진 게 눈에 보이거든.
내가 강원랜드 근처 편의점에서 일한 건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다니던 회사 망하고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아는 분이 어찌어찌 연결돼서 그 곳에서 일하라는 연락을 받았거든.
경제 위기와는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경기가 좋은 데가 강원랜드거든.
그래서인지 편돌이 치고는 시급이나 근무 조건도 좋은 편이더라.
대신 일 하기 전에 점장이 신신당부를 하더라.
도박하다 걸리면 해고니까 카지노는 쳐다보지도 말고, 혹시나 누가 시비 걸면 바로 경찰에 신고부터 하라고.
이유는 간단한 게, 편돌이가 도박 중독되면 편의점 돈부터 손댄다더라.
그리고 카지노에 돈 잃은 사람들이 편의점에 찾아와서 깽판부리거나, 아니면 모텔 가서 자살하는 경우도 많고.
다행히 나는 누구한테 두들겨 맞은 적은 없다.
술 먹고 와서 소란 피다 경찰서 간 손님은 몇 명 있었지만, 그 정도는 흔한 일이니까.
그 대신 편돌이 그만둔 지 오래인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손님이 몇 사람 있다.
첫 번째 케이스
이 사람을 기억하는 건, 잘 나갈 때부터 망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 사람 처음 봤을 때는 말쑥한 차림의 아저씨였다.
처음 가게 왔을 때는 어디 잘 나가는 영업사원인 줄 알았지.
그 아저씨, 우리 가게에서 담배 두 갑 사면서 강원랜드 가는 길을 묻더라고.
아마 그 사람은 그 날 처음 강원랜드에 온 모양이야.
그래서 그냥 강원랜드 가는 길 가르쳐 주었는데... 열흘 정도 뒤에 또 찾아왔다.
여전히 말끔한 차림인데, 사람 표정이 좀 변했더라.
뭔가에 빠져든 표정 있지?
딱 그 표정으로 들어와서 도시락이랑 삼각 김밥 사서 먹고 나가더라고.
그 모습 보니까 딱 저 사람, 도박에 빠져들었구나 싶더라.
뇌피셜이지만, 아마 이 아저씨는 처음부터 도박 중독자는 아니었을 거다.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멀쩡했거든.
도박 중독자 특유의 어떤 막장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호기심에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강원랜드에 갔고 열흘 만에 사람이 확 변한 거다.
그 모습을 보니까 우리 점장이 왜 나더러 절대 카지노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건지 알겠더라.
나보다도 훨씬 멀쩡하고 제대로 된 사람도 카지노 가면 열흘 만에 사람이 망가지는데, 나 같은 놈은 오죽하겠냐.
어쨌든 망가진 그 아저씨, 점점 자주 편의점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모르는 애들은 모르겠지만, 강원랜드 물가는 알아준다.
편의점이야 어딜 가든 정찰제니까 가격이 똑같은데, 호텔이나 일반 식당은 물가가 미쳐 날뛰거든.
나도 한 번 식당 밥 먹어보려다 가격 보고 포기한 적이 있다.
서울 명동보다 강원랜드가 물가가 더 비싸면 비싸지, 싸진 않을 정도니까.
그래서 돈 없는 사람은 언제나 강원랜드 편의점을 찾는 것 같더라.
아니면 강원랜드 마일리지로 밥 사먹을 수 있다던데, 그것도 떨어지면 편의점 오고, 그 돈도 없으면 구걸하면서 노숙자 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첫 번째 케이스인 그 아저씨가 방금 전 말한 막장 테크를 충실하게 탔다는 거다.
처음에는 진짜 잘나가는 영업 사원처럼 보였던 아저씨가 처음에는 얼굴이 망가지고, 그 다음은 옷차림이 망가지더라.
처음 본 지 한 달 정도까지만 해도 그 사람 옷차림은 진짜 눈에 띄게 말끔했거든.
근데 올 때마다 점점 옷차림이 망가지더라고.
와이셔츠가 구겨지고, 넥타이가 사라지고, 자켓이 사라지고, 옷 세탁도 안 하고....
잘 나가던 사람이 점점 거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람이 완전히 망가지는 데는 세 달 밖에 안 걸리더라.
세 달 뒤에 다시 본 그 아저씨는 흔히 말하는 도박 중독자의 모습에 100% 일치했다.
더러운 얼굴과 냄새, 더러운 옷, 제정신 아닌 눈빛.
씀씀이도 갈수록 줄어들어서 도시락->컵라면+김밥->컵라면 하는 식으로 먹는 게 줄어 들더라.
먹는 게 줄어드니까 점점 살도 빠지더라고.
진짜 사람 망가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너무 안쓰러워 몇 마디 해 주려고도 했다
근데 점주가 이 동네에서는 절대로 남의 인생에 뭐라 하는 거 아니라고 그러더라.
도박 중독자들은 미친놈들 투성이라 함부로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했다가 칼 맞을 수 있다고.
그 말 듣고 아저씨한테 조언하는 것도 관뒀다.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 봤을 때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티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소주 두 병만 사가더라.
어디서 구걸을 했는지 남은 돈을 털었는지 만 원짜리도 안 내고 천 원 짜리 한 장이랑 동전 무더기로 계산하더라고.
그나마도 액수가 부족했는데, 모른 척 하고 내가 채워 넣었다.
제대로 말 한 마디 나눠 본 적 없는 아저씨지만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거든.
그렇게 이름도 모르고 제대로 말도 해 본 적 없는 아저씨는 다시 보지 못했다.
진짜 노숙자라도 된 건지, 어찌어찌 정신 차렸는지 모르겠다.
케이스 2
이 여자는 진짜 케이스1보다도 더 안쓰러운 케이스다.
이 여자와는 몇 번 이야기도 해 봤다.
자기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어왔거든.
말을 걸기 전에도 몇 번 편의점에 왔던 걸로 기억하고, 그러다 나한테 뭐라 재잘재잘 말을 하더라.
남자 친구가 근처에서 일을 해서 자기가 데리러 자주 온다던가 뭐라던가.
남자 친구 없는 여자였으면 꼬셔 볼 만큼 예쁜 애였지만, 임자 있는 애를 어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
그렇게 그 여자와는 가끔 편의점에서 이야기하고 지내는 정도로 살았다.
근데 언젠가 이 여자도 슬슬 맛이 가는 게 보이더라.
앞에서도 말했듯 도박 시작한 사람은 아무리 옷차림 똑바로 하고 화장 떡칠을 해도 눈빛 달라지는 건 못 숨기거든.
그 여자와는 말이 좀 통하기도 했고, 한 번은 걱정이 되어서 물어봤다.
“오늘 돈 좀 땄어요?”
다른 말 하기는 조심스러워서 은근히 물어 봤는데, 여자가 딱 이렇게 대답하대.
“몰라요, 씨발.”
나이도 나보다 적은 게 다짜고짜 씨발 소리부터 하는 거다.
내 기억에 그렇게 경우 없는 여자는 아니었거든.
돈을 잃어도 한두 푼 잃은 게 아닌 것 같더라고.
나도 걱정이 되어서 몇 마디 더 했던 게 기억난다.
“돈 잃었으면 적당히 하세요.“
“안 될 것 같으면 그만하는 게 안 나아요?”
몇 번 오지랖을 부려도 여자 상태는 나아지지 않더라.
내가 남자라서 면전에서 욕하지는 못하는 것 같던데, 사람을 막 쏘아 보더라고.
여자 눈빛이 그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더 오지랖 부리면 언제 칼 들고 쳐들어올지 모르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오지랖 부리는 건 그만뒀다.
나이도 어리고 생긴 것도 예쁜 여자니까 금방 정신 차릴 줄 알았지.
근데 정신 차리기는커녕 시궁창으로 다이브를 하더라.
이 여자도 케이스1의 아저씨처럼 점점 막장화가 되었다.
표정, 옷차림, 행동거지....
모든 것들이 내가 이미 본 막장 테크를 충실하게 따라가더라고.
근데 아무래도 나이 어리고 예쁜 여자인지 마지막이 좀 더 그렇더라.
언젠가부터 이 여자 복장이 ‘다른 의미로’ 눈에 띄는 거다.
진짜 무슨 콜걸 마냥 그런 복장은 아니지만 뭐랄까.... 섹스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눈에 띄는 그런 복장 말이다.
일부러 노출을 하고 그런 복장으로 다니는 게 보이더라.
그러면서 편의점이나 내가 있는 곳 주변에는 잘 나타나지 않게 되었지.
점장에게 이 말을 했더니 점장이 그러더라.
이 동네에도 종종 있지만, 강원랜드에 가까이 갈수록 도박으로 돈 날리고 몸 팔아서 먹고 사는 여자가 많다고.
자기는 그 여자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내 말 들어보니 딱 도박으로 돈 날리고 갈 데도 없어서 몸 팔기 시작한 게 틀림없다고 그러더라고.
몸도 팔고, 대리도 서 주면서 먹고사는 여자 몇 명이나 봤다면서.
참 기분 드러워 지더라.
물론 내가 기분 드러워 하는 게 웃긴 노릇이지.
그 여자 이름도 모르고,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하지만 뭐랄까, 사람이 망가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니까 더더욱 기분이 더러워 진 것 같다.
내가 그 여자의 뭐나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구해줄 힘도 없었겠지만 예쁜 여자라 그런지 쥐뿔도 없는 주제에 막 안타깝고 그러더라고.
그 여자는 이후 딱 한 번 더 봤다.
편의점 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여자가 손님 잡고 있더라.
아마 그 여자는 날 못 봤을 거다.
나는 안중에도 없고 손님 잡느라 바빴거든.
무슨 손님이냐고? 위에 글 다시 보면 알 거다.
흐트러진 복장으로 남자 꼬시려고 하는 모습 보니까 참....
강원랜드 편돌이 생활 하면서 인상 깊었던 손님 두 명만 이야기 해 봤다.
사실 위에서 쓴 인간들 많고도 인상 깊었던 손님은 많다.
쫄딱 망해서 노숙하다가 어떻게 정신을 차렸는지 교회 다니라고 전도하고 다니는 손님도 봤고.
자주 보이다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모텔방에서 목 매단 손님도 있었다.
분명한 건 강원랜드 자주 드나드는 사람 치고, 직원 아닌 다음에야 인생 안 망가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한 번 망하고 정신 차리는 사람은 있어도, 망하긴 하더라는 말이지.
그렇게 강원랜드에서는 한 일 년 근무했다.
이후 어찌어찌 연 닿아서 기술 배우면서 공장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중소기업이지만 그래도 나름 견실한 데서 일 하고 있다.
공장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강원랜드에서 일 했던 썰 풀면, 하나같이 다들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만큼 강원랜드가 인생 막장 테크라는 건 잘 알고 있다는 말이지.
근데 도박하러 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거의 다 자기는 예외인 줄 알고 시작하더라.
내가 보기엔 예외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게 너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매주 로또 당첨자가 나오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잖아?
그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강원랜드 인생역전이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지라도, 그걸 네가 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남은 평생 강원랜드에는 다신 안 갈 생각이다.
혹시 강원랜드에 발을 들였다가 내가 보아온 수많은 인생 막장 테크 주인공들과 똑같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이 글 본 사람들에게도 꼭 말 해주고 싶다.
강원랜드는 진짜 웬만하면 가지 마라.
카지노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나 같은 놈도 그 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망가졌는지 수없이 봐왔다.
하물며 직접 들어가면, 또 중독이 되면 얼마나 드러운 꼴 많이 보겠냐.
나는 진짜 길바닥에서 죽으면 죽었지, 강원랜드는 안 갈 생각이다.
혹시나 갈 생각 있는 놈은 차라리 로또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