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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빵에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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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에서 일하다 인생 망한 썰 풀어보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습니다.

코로나 폐렴 때문에 술집 장사가 망한 지도 두 달이 넘었으니까요.

서울 클럽 쪽은 잘 되는 곳은 금방 경기가 살아났다던데, 제가 일하던 가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결국 가게 문 닫을 테니 다들 일 그만두라고 통보가 왔네요.

 

눈앞이 깜깜합니다.

코로나 페렴 이전에도 제 인생은 막장이었거든요.

그나마 직장이 있으니 실업자보다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있는 돈 다 쓰고 빚도 많았기 때문에 좋지 않았습니다.

나이 먹을 대로 먹고 늦게나마 정신을 차렸으니 이제 하던 술집 일 열심히 하면서 빚 갚고 돈 모으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장이 망해버리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그나마 불법 영업은 아니라서 실업 급여는 받을 수 있는 것 같고, 남은 월급이랑 퇴직금도 한 달 안에 준다고는 하는데 그걸로는 빚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누구 원망할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빚을 진 건 다 제 잘못이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유흥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이돌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얼굴 괜찮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유흥업에 뛰어들어서 소위 말하는 삐끼부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 입문하고 나니, 나름대로 이쪽도 길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소위 호스트도 있고요, 아니면 게이바도 있습니다.

게이바 이런 쪽은 저도 그 쪽 일하던 지인에게 듣기만 해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하는 걸 좋아하는 손님도 있고 당하는 걸 좋아하는 손님도 있어서 둘 다 소화해야 한다든가 뭐라던가....

아무튼 그 쪽은 말만 들었고 경험을 못 해 봤으니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저의 경우에는 삐끼하다 군대 다녀왔고, 계속 유흥가에서 일 했습니다.

군대 다녀온 시점에서는 슬슬 미래를 생각해야 했기에 단순 삐끼 보다는 호스트로 나가 볼까 했지요.

일명 호빠라고 불리는데, 저도 외모는 빠지지 않으니 호빠에서 에이스나 최소한 중간 이상은 갈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꿈은 높아도 현실은 시궁창이더라고요.

호빠에서 에이스 되려면 물론 외모도 잘생기고 몸 좋은 게 좋지만, 여자들이랑 잘 어울리고 말빨이 신이 내린 사람이 에이스 됩니다.

이게 본인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타고 난 게 무척 크더라고요.

저도 업계에서도 얼굴은 객관적으로 보통 이상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호스트 노릇 하면은 바닥을 기었습니다.

어디 유명 업소에서 논 것도 아니고, 무명 업소에서도 바닥을 긴 수준이라 손님도 딱 그 수준만 받았지요.

근처 노래방 여주인이 많이 찾아와서 저한테도 나름 잘 해준 기억이 납니다.

물론 착한 손님만 있는 게 아니라, 지랄 맞은 손님들이 더 많기는 했지만요.

 

어쨌든 제가 일했던 곳은 소위 2차 중심이 아니라 1차 중심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술 먹는 거 중심이라고 해도 암암리에 할 건 다 했지요.

가게 안에서 손님이랑 놀다가 걸리면 뒤탈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막았지만, 그래도 바 주인 차원에서 2차를 은근히 주선하고 또 장소도 알아봐 주고 했으니 2차도 할 만큼 한 가게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도 2차 좀 뛰어 보긴 했지만.....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진짜 예쁜 호스티스 언니 이런 사람이랑 하면 기분이라도 좋을 텐데 제 손님은 딱 아줌마 수준이었거든요.

할머니 2차 전문이 된 호스트가 있다는 괴담도 있었는데, 저는 그거까진 안 겪어 봤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업계에서 한 2년 뒹굴었습니다.

암만 보잘 것 없는 가게에서도 잘 해야 중하위권이었지만, 그래도 돈이 안 벌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그 나이 평균 급여랑 비교하면 제가 번 돈이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2년 뒹굴고 깨달았는데, 제가 가진 돈이 없더라고요.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아무래도 남들 떠 받들어 줘야 하고, 억지로 술 먹어야 하고, 못생긴 아지매랑 자야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라 그 스트레스를 돈 쓰면서 풀었거든요.

제 주변도 다 비슷했습니다.

호스트나 일반 직원들도 보고 하는 일이 다 그런 거다 보니 수입이 많든 적든 착실하게 사는 인간을 거의 못 봤습니다.

환경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까지 그러니 돈 낭비하며 살기 최적화 된 일이 바로 호스트바 같은 술집이라는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20대 후반 정도 되니까 현실의 무게가 짓눌려 오더라고요.

이대로 호스트 노릇 몇 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이 환경에서는 제대로 사는 게 불가능하다 생각된 거죠.

어차피 이 일 자체의 회의도 느껴졌고, 이 나이에 더 높은 레벨로 갈 수 있으리라는 부담도 없고.

그래서 호스트바를 그만두었습니다.

뭔 일을 하든, 이거보다는 견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호스트바 그만두고, 직업 훈련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보고 나왔는데, 정보고에서 이래저래 공장일 비슷한 거 배운 적은 있지만 그 땐 하나도 생각 안 났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직업 훈련소에서 기술 배우면서 견실한 일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번 유흥업에 물들고 나니 견실한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기술 배우면서 업계 전망이 어떻고, 잘 풀리면 어떤 회사 가서 얼마나 벌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 금액이 제가 호스트 하면서 받던 금액보다 상당히 적은 겁니다

물론 대기업 정규직 되면 그 못지않게 벌 수 있지만, 근본도 없는 놈이 그냥 직업훈련소 갔다 대기업 정규직 될 확률은 하늘에 별 따기거든요.

결국 현자타임이 왔고, 취직도 못 해보고 직업훈련소를 때려 치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꾹 참고 직업훈련소에서 버틴 다음 다른 직장 뭐든 구했으면 싶지만.... 너무 늦은 후회지요.

 

그렇게 직업훈련소 그만두고, 호스트는 다시 하기 싫고.

몇 달 빈둥거리다 돈이 없어서 직장 구한다고 구한 게 바로 며칠 전 망한 술집이었습니다.

진짜 호스트바에 비하면 훨씬 건전한 곳이었는데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퓨전 이자까야였습니다.

거기에 매니저로 취직하게 된 건데요.

보통 술집 매니저라고 하면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는 분들 있는데, 사실 안 그렇습니다.

사장이 짱이고, 그 밑에 주방장 있고 그 밑에 부장 있으면 부장이, 없으면 실장으로 넘어가고요.

매니저는 그 실장보다도 밑에 있습니다.

사실상 술집의 정규직? 이런 쪽에서는 매니저가 제일 밑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 아래는 진짜 알바, 삐끼, 청소 아줌마 등이니까요.

 

솔직히 술집 분위기 자체는 호스트바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2차는 최소한 술집 안에서는 절대로 관여 안 했고요.

가끔 화장실 가보면 정체불명의 주사기가 놓여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가끔 술 먹고 깽판 치던가, 아니면 사람 패는 인간이 나오기는 했는데 저도 짬 그냥 먹은 게 아니라서 그 정도는 참거나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장이 저보다 네 살 위였는데, 저보고 멀쩡하게 생겨서 일 잘한다고 자기는 부장 만들어서 그 자리 올라가고, 차기 실장은 제가 될 거라고 그랬지요.

문제는 술집 분위기는 나아도, 인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술집 사람들도 호스트바 사람들이랑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거죠.

술 좋아하고, 돈 쓰는 거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고요.

, 도박을 좋아했습니다.

토토부터 시작해서 가상화폐니 뭐니 도박성 있는 걸 다들 좋아했어요.

 

유흥가 사람들의 어떤 천성이 아닌가 합니다.

견실하게 일 하고 돈 모아서 안정성 있게 살지 못하고, 토토 같은 것에 빠지는 거 말이에요.

호스트바 할 때는 그냥 돈을 물처럼 쓰는 재미에 빠져 토토 같은 것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일반 술집으로 와서 그나마 시간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그쪽으로 눈길이 가더라고요.

호빠 다닐 때보다는 수입도 줄어들어서 이대로 돈 모을 수 있겠냐는 생각 들고, 그렇게 저도 자연스럽게 토쟁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토쟁이 하면서 결국 큰 돈 돈 벌었다는 사람 많지 않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토로 시작해서, 깔쌈하게 망했지요.

사실 토토로 시작해서 망하고 끝났으면 돈 한 천만 원 날리는 걸로 끝났지요.

근데 그렇게 돈 날리고 나니까 사람이 더 눈이 뒤집힙니다.

토토해서 실패했으니, 다른 한 탕으로 큰 돈 벌자고요.

그렇게 사람이 미치고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가상화폐, 주식, 심지어 선물도 한 번 해 봤습니다.

선물 한 번 작게 했다가 예상 이상으로 돈 날린 이후 그쪽은 손 안 댔지만요.

하지만 가상화폐, 주식, fx 이런 건 계속 했습니다.

그나마 술집 다니면서 고정수입이 있는 상태라 밑 빠진 독에 물은 계속 부어지니 더 마음 놓고 돈지랄을 한 겁니다.

카드빚을 써도 망해도 월급으로 갚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하다 망해도 월급으로 갚을 수 있다, 술집에서 만난 손님에게 사채 써도 월급으로 갚을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하게 막 살다 보니 대가는 비참하더라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수중에 땡전 한 푼 없고, 빌린 돈만 5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절 잘 봐주던 실장님한테 빌린 돈이 8백 되는데, 그 실장님이 저 잡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짓 하면서 인생 망가진 놈 많이 봤지만 저도 그런 꼴 당하는 거 보긴 싫다고요.

 

솔직히 실장님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처럼 주식을 했고, 제가 알기로 주식하다 돈 잃은 사람이긴 하지만 빚은 지지 않았거든요.

달리 말하자면 저처럼 술집에서 일하고 주식까지 하던 양반 보기에도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겁니다.

저도 그 때 쯤에야 비로소 정신이 들더라고요.

이래저래 빌린 돈 갚고 나면 월급이 거의 다 날아가는 수준에 이르렀으니까요.

빌렸을 땐 체감이 안 되던데 갚을 때가 되니 10%대 이자도 존나 무섭습니다.

하물며 사채 이자야 얼마나 무서운 지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게 저는 빚에 허덕이게 된 겁니다.

실장님한테 진 빚은 이자를 안 받았기에 망정이지, 그 사람까지 이자를 요구했다면 진즉 파산했을 겁니다.

 

아무튼 실장님 말씀 듣고 정신을 좀 차렸습니다.

더 빚은 만들지 말고, 토토 앱이니 주식 앱이니 하는 것들도 다 지우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산도 다 처분했습니다.

00만원도 안 되었지만, 그걸로 이자가 제일 셌던 사채 쪽을 좀 갚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야 정신 차려 일 해보자.... 했는데 코로나가 터진 겁니다.

 

코로나 터지고 나니까 술집이 사람이 딱 끊기더라고요.

그전에도 사장님이 돈 쌓아두고 일 하는 데는 아니었고, 그냥 현상유지 수준이었는데 손님이 딱 끊어지니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10테이블 밑으로 떨어져 본 적 없는 가게인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는 0테이블 기록한 적도 있으니까요.

불경기가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에 가게 문 닫게 되었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실업자가 되어서 가게에서 남는 거 몇 병 가져가라고 받아 온 양주나 빨면서 글을 씁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서 그런지 글을 쓰는 내내 후회만 됩니다.

좀 더 일찍 정신을 차렸다면, 설사 가게가 망했어도 이렇게 앞이 캄캄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나마 제일 위험한 사채는 갚았지만 남은 빚도 3천은 되는데, 실업자가 그걸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술집 일자리는커녕, 망해서 실업자 된 사람만 한가득 이니까요.

 

지금은 말로만 듣던 개인파산이나 알아볼 까 생각중입니다.

개인파산 한 다음에는 정신 차리고 직업 훈련소를 가던가, 그냥 노가다 판을 가던가 해야겠지요.

이미 반 이상 망한 인생, 앞으로 좋은 날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적지 않고 남은 평생 호스트바에서 일할 때처럼 돈 많이 벌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조금만 더 잘 했다면, 견실하게 살았다면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백번씩 나네요.

이러다 자살하지 않을까 무서워서 가능한 술은 안 먹으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어떻게든 멘탈 추스르고 새 삶 살아보려 하지만 미래는 캄캄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살지 마세요.

힘들겠지만 주변 유혹을 뿌리치고 견실하게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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